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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 Life

눈에 잘 띄지 않던 갈참나무 꽃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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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봄단풍이 한창이라 숲에 가기 정말 좋은 계절이다. 아무것도 없어보이던 숲에 잎이 나고 꽃이 피니 산책하러 숲에 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갈참나무


숲을 걷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눈으로 살피고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뭔가를 자꾸 잡아서 입으로 가져간다. 쉴 새 없는 새들 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니, 비로소 내 몸이 통째로 할 일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가끔 라디오소리가 크게 들릴 때면 조금 거슬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혼자 숲을 다니기가 무서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신갈나무 꽃이 거의 졌지만 떡갈나무와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등 참나무 꽃이 만발해 있다. 키가 큰 나무이기 때문에 꽃을 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참나무 종류는 소나무 숲에서 어린소나무를 보기 힘든 것과는 반대로, 엄마나무 아래에서 아기나무가 잘 자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참나무 숲에서 작은 키의 참나무 꽃과 열매를 쉽게 발견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소나무 숲은 어린소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 다른 종류의 숲으로 변해간다. 바로 참나무 숲이다. 참나무 숲은 어린참나무가 그 밑에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 숲을 유지한다. 우리나라가 아파트 짓기를 여기서 멈춘다면 지금 있는 소나무 숲은 모두 참나무 숲으로 변할 것이다.

주변에 항상 있어서인가, 필자는 참나무 열매를 열심히 주워서 비교도 하고 먹어도 봤는데, 꽃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우연히 숲길을 걷다가 보란 듯이 눈앞에 나타난 갈참나무 꽃에 시선이 멈췄다. 갈참나무 수꽃은 여러 개의 긴 꽃줄기가 다발을 이뤄 올해 새로 자란 가지의 시작 부분에 달린다. 화려한 꽃잎이 없어도 꽃이 크지 않아도 이렇게 볼만한 것을 왜 지금까지 보려하지 않았는지 스스로가 이상하다. 암꽃은 새로 자란 가지의 윗부분에 작게 달린다. 씨방이 있는 암꽃은 눈에 띄지 않게 작고, 말 그대로 없어 보인다. 꽃가루를 최대한 많이 날려 많은 암꽃을 만나려는 수꽃은 참으로 화려하고 다발이 크다. 이런 모양새를 한 키 작은 나무로 개암나무가 대표적이다.

이른 봄에 노란 수꽃을 늘어뜨리고 빨간 암술머리를 단 작은 암꽃이 핀다. 동물의 세계와 식물의 세계는 너무도 비슷하다. 참나무는 워낙 그 잎과 도토리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터라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도 꽃에 대한 자세한 사진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다. 가깝고 흔한 것에 나부터 관심을 가져야겠다.

신갈나무 잎이 연하고 얇은데 비해 갈참나무 잎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반질반질하고 두터워진다. 가을에 갈색으로 변한 갈참나무 잎은 그야말로 가죽 같다. 그런 갈잎을 오랫동안 나무에 붙이고 있기 때문에 갈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나보다. 상수리나무가 곧고 높게 소나무처럼 자란다면 갈참나무는 느티나무처럼 굵고 가지가 갈라지게 자라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래된 상수리나무 숲이 깔끔한 침엽수림 같다면 오래된 갈참나무 숲은 좀 더 복잡하고 울창한 밀림의 느낌이 난다.

무슨 일이든지 정말 때가 있는가 보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이 눈에 차는 때가 있는가 보다.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사계절이 돌고 돌아 항상 기회가 올 것 같지만 지금 내가 보는 것을 내년에 꼭 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필자가 사는 곳의 뒷산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있어 맘이 아픈 터다.

* 본 게시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2017년 5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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