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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당하는 나무들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가지치기 당하는 나무들 여기저기 나뭇가지가 바닥에 떨어질 만큼 바람이 세게 분다. 바닷가가 고향인 필자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어김없이 고향을 생각한다. 시내를 가로질러 바다로 흐르는 강에는 갈매기들이 수십 마리씩 날아다녔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처럼 바람을 가르며 저공비행을 하는 갈매기도 많았다. 나무의 가지들도 뭉청뭉청 잘려나가곤 했다. 요즘 때아닌 봄바람이 세차게 불어 나뭇가지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너무 빽빽하게 난 가지들이 바람 덕분에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렇게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 간다. 나무들은 스스로 가지치기를 한다. 나무들이 스스로 솎음질을 하는 것과 같다. 침엽수의 경우 가지..
나무야? 풀이야?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나무야? 풀이야? 이제 봄이 오는구나 싶다. 강가의 버드나무 가지가 노란 빛을 띄고 있다. 작년, 붉은색으로 납작 엎드려 있던 풀에 초록색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베란다 화분에는 별꽃이 피고 진다. 시간은 정말 무섭게도 정확하고 거침없다. 봄에 가장 큰 꽃을 피우는 목련을 식물학에선 ‘원시적’이라고 표현한다. 꽃이 피는 식물 중 가장 오래전에 생겨난 식물이란 의미이다. 그 큰 꽃 가운데 화려하게 우뚝 선 암술과 수북한 수술이 굉장히 특징적이다. 그리고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는 ‘진화형’ 또는 ‘파생형’이라고 한다. 목련이 대표하는 식물 무리에 그 뿌리가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했다는 뜻이다. 국화는 여러 개의 꽃이 모여서 하..
나무의 가장 높은 곳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나무의 가장 높은 곳 미세먼지가 나쁨인 것이 이제는 그다지 호들갑스럽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가 ‘화남’등급이거나 ‘악마’등급이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많았다. 미세먼지를 뚫고 숲으로 갔다. 다른 계절보다 조금 단조롭지만 숲은 언제나 산책하기 좋다. 온갖 것들이 유혹하는 여름 숲에선 100m를 걸어가기 힘든데, 겨울 숲은 마음도 비우고, 머리도 비우고 한가로이 걸을 수 있다. 햇볕이 바닥까지 들어오는 길을 걷다가 위를 올려다본다. 커다란 줄기 꼭대기에서 잎이 없는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모습이 꼭 살랑이는 억새와 같다. 가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다른 나라의 큰 국립공원에서 자연적으..
사람도 지키고, 자연도 지키는 곰솔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사람도 지키고, 자연도 지키는 곰솔 겨울에도 숲을 지키고 있는 상록수가 있어서 왠지 다행인 듯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포함한 위도가 높은 지역에는 침엽수가 있고, 따뜻한 남부지방에는 단단한 잎이 나는 상록활엽수가 있다. 그리고 바닷가를 따라서는 나무는 아니지만 대나무숲과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소나무숲이 있다. 뒷산의 소나무를 보면서 필자는 또 고향의 방풍림인 곰솔숲을 기억해낸다. 어린 시절, 며칠 동안 바닷가 숲 아래에서 텐트를 치며 놀고, 항상 발바닥에 따가운 솔잎이 밟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 나무가 무엇인지도, 나무가 있는 이유도 모르고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기억으로 지금을 사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곰..
향기 나는 나무들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향기 나는 나무들 식물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다. 풀들은 땅속으로 그 모습을 숨겼고, 나무들도 자라기를 멈추었다. 겨울은 사람들도 그 움직임을 줄이는 때라 숲을 다니는 사람들은 다른 계절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다. 숲에게는 푹 쉴 수 있는 꼭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 이럴 때 조금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식물은 향기가 나는 식물이다. 겨울에 향기가 나는 식물 하면 귤나무가 먼저 생각난다. 어렸을 적 한겨울, 아빠가 귤 한 상자를 사오시면 며칠 못가 동이 났다. 엄마는 귤껍질을 말렸다가 물을 끓여 주시곤 하셨다. 물을 끓일 때 나는 향기가 참 진하고 좋았다. 아직도 마른 귤껍질을 보면 따뜻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도 식..
하얗고도 검은 목화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하얗고도 검은 목화 꽃다발을 선물할 날이 많은 요즘이다. 인터넷으로 꽃다발을 검색하면 목화꽃다발이 몇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2016년 12월에 방영한 한 드라마에 나온 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이한 아이템임이 분명하다. 보기 싫게 시들어가는 생화보다 훨씬 오랫동안 예쁜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그런 장점을 가진 조화와 비교했을 때도 자연물이라는 더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으니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꽃다발, 아니 열매다발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목화리스도 유행이다. 목화를 직접 화분에 키워보려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어서 보기에 좋다. 목화는 전 세계에 20여 종이 있다. 일년생풀, 다년생 풀, 열대지방에서는..
새로운 리기다소나무 숲이 되길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새로운 리기다소나무 숲이 되길 요즘 정원수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아파트 단지 내 시야를 가리거나 너무 커버린 키 큰 나무들이 정리 대상이다. 그 와중에 단풍나무의 잘린 가지에서는 수액이 흘러 고드름이 열렸다. 아직 겨울준비를 다 마치지 못했나보다. 또 그 중엔 잘린 전나무 가지를 주워다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부지런하고 센스 있는 주부들이 있다. 잘린 나무들도 시기를 잘 만나니 재사용이 되어 좋다. 겨울이 와도 변함없이 푸르른 상록수들이 또 빛을 발한다. 뒷산에 소나무 잎에 눈이 쌓인다. 한눈에 봐도 멋진 소나무는 아니다. 키는 크지만 가지가 넓게 뻗지 않는 리기다소나무이다. 줄기 중간에도 털처럼 잎들이 숭숭 나는 것이 이 나무의 ..
천년나무 ‘음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천년나무 ‘음나무’ 나무들이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줄기의 물을 최소로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나무들은 웬만하면 얼어 죽지 않는다. 큰 줄기가 죽더라도 뿌리 근처의 싹이 살아남아 봄이 되면 싹이 튼다. 나무와 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겨울눈의 위치이다. 감자처럼 땅 속에 눈이 있으면 풀, 목련처럼 땅 위 줄기에 겨울눈이 있으면 나무이다. 풀은 겨울이 되면 그 흔적을 남기지 않고 땅 위에서 사라진다. 때로는 이번 해의 자리와 다음 해에 싹이 트는 자리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나무는 항상 있던 그 자리에서 겨울을 나고 또 봄을 맞이한다. 잎이 다 떨어진 큰 나무들은 겨울에도 참 웅장하다. 숲을 걷다가 음나무 잎을 발견한다. 주변에 튼튼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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