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천년나무 ‘음나무’
나무들이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줄기의 물을 최소로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나무들은 웬만하면 얼어 죽지 않는다. 큰 줄기가 죽더라도 뿌리 근처의 싹이 살아남아 봄이 되면 싹이 튼다. 나무와 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겨울눈의 위치이다. 감자처럼 땅 속에 눈이 있으면 풀, 목련처럼 땅 위 줄기에 겨울눈이 있으면 나무이다. 풀은 겨울이 되면 그 흔적을 남기지 않고 땅 위에서 사라진다. 때로는 이번 해의 자리와 다음 해에 싹이 트는 자리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나무는 항상 있던 그 자리에서 겨울을 나고 또 봄을 맞이한다. 잎이 다 떨어진 큰 나무들은 겨울에도 참 웅장하다. 숲을 걷다가 음나무 잎을 발견한다. 주변에 튼튼한 가시가 있는 작은 음나무들도 있다. 잎이 크다고 나무가 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자라는 것이 유리한 어린 나무의 잎이 어른 나무보다 큰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음나무는 떨어진 잎을 보고서 큰 나무 잎도 정말 크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음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자생하는 나무로, 25m까지 자라는 큰 나무이다. 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크게 자라는 나무는 곧잘 보인다. 많은 열매를 맺는데 비해 싹이 트는 수가 현저히 적어 그런 듯하다. 음나무는 수명이 길어서 수백 년을 살아온 천연기념물 음나무도 많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의 천연기념물 음나무는 나이가 1000살이라고 한다. 나무가 1000년을 살다니, 영화 ‘아바타’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수 나무들이 있다. 소백산에 많은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고 했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도 천년을 훌쩍 넘었다. 제주도 비자림의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는 820년을 산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보니 천년을 넘게 사는 나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몇 십년 만에 생을 마감하는 나무들도 수없이 많은데, 이렇게 오랫동안 크게 자라는 나무들이 있어서 숲이 더 높고 깊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음나무는 개두릅 또는 엄나무라고도 부른다. 음나무도 두릅처럼 새순을 잘라 먹거나 튀기는데, 그 향과 맛이 두릅보다 진하다. 그 맛에 호불호가 극명할 듯한데, 개두릅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 맛이 두릅에는 미치지 못했나 보다. 가시가 많은 작은 줄기는 백숙을 할 때 넣는데, ‘엄나무백숙’의 엄나무가 이 ‘음나무’를 부르는 말이다. 앞으로 엄나무백숙을 먹을 때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크고 오래 사는 가시가 있는 나무’라고 떠올려본다면 어떨까!
실제로 가시는 어린 가지에 많이 나고 나무가 점점 커지면 큰 줄기의 가시는 저절로 없어진다. 우리 조상들은 음나무 가시가 잡귀와 병마를 쫓는다 해서 대문이나 방문 위에 가로로 걸어 놓았다. 그만큼 음나무 가시가 다른 나무 가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강했다. 필자가 생각해봐도 가시가 굵고 튼튼하고, 줄기에 가득 찬 나무는 음나무 외에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음나무는 각종 비타민과 사포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산삼나무라고도 한다. 좋은 한약재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지만 강한 가시 때문에 재배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2017년부터 ‘가시 없는 음나무’를 개발해 대량으로 재배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여러 질병에 효과가 있는 음나무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달림을 받기도 했는데, 대량으로 재배해 접근하기 편한 식품이 된다면 숲도 건강해지고 사람도 건강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겠다.
* 본 게시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2018년 12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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