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평범하지만 쓰임이 많은 느릅나무
도시의 길거리에 떨어진 단풍이 수북이 쌓이자 아이들이 눈을 모아 눈놀이하듯 단풍잎을 모아 단풍놀이를 한다. 많이 모으기, 다른 쪽의 단풍을 내 쪽으로 가져오기, 머리 위로 높이 던져 뿌리기 등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참 잘 논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를 내고 바람을 내뿜는 기계를 어깨에 멘 아저씨가 깨끗하게 낙엽을 한쪽으로 몰아 치우신다. 다시 인도가 깨끗해진다. 아이들의 놀이도 끝이다. 조금 더 놀지 못해 아쉬워하는 아이들과 그것을 보고 있는 엄마들의 아쉬움이 같다. 떨어진 낙엽도 귀한 때이다.
노란색 단풍이 떨어진 벤치에서 차를 마시다가 알 듯 말 듯한 이 노란 잎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리 자주 보지 못했던 나뭇잎이다. 그래도 뭔가 익숙하다. 잎의 앞면은 사포처럼 거칠고 뒷면엔 보송한 털이 난 것이 너무도 대조적이다. 전체적인 잎 모양은 일반적인 깃털인데 아랫부분이 특이하게 어긋나 있다. 느릅나무과 식물인 느릅나무이다. 잎 아랫부분이 어그러진 모양은 아까시나무의 작은 잎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은 스스로 줄기와 잎이 겹치지 않게 하려는 전략이다. 잎이 줄기에 수직으로 달린다면 잎 모양은 좌우대칭이 되지만 줄기에 예각으로 붙는다면 잎은 어느 정도 찌그러져야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눈에 띌만한 특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 느릅나무들이다.
식물의 잎은 광합성을 최대로 하기 위해 그 위치를 달리한다. 어긋나는 잎, 마주보는 잎, 돌려나는 잎, 그리고 이런 형식들이 두 가지씩 공존하는 잎 등이다. 낙엽을 떨어트리는 시기도 다르다. 가장 많은 나뭇잎이 가을에 떨어진다. 하지만 최대로 잎이 무성한 여름이 되면 햇빛을 보지 못하는 잎들도 생겨나서 낙엽은 여름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꼭 필요한 것만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많이 만들어서 조금 버리는 것은 쉽다. 현명한 방법이다.
느릅나무는 키가 크고 낙엽이 지는 나무이다. 우리나라 전역, 중국, 일본에 분포한다. 천연기념물인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갈전리의 느릅나무는 수령이 400년 된 것으로 추측한다. 키가 31m, 가슴높이의 둘레가 3m라고 하니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마을의 서낭당 나무로 오랫동안 마을사람들이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갈라진 큰 가지 중 하나가 죽어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기운 모양이다. 이 느릅나무 주변에 대를 이을 큰 느릅나무가 있길 바란다.
느릅나무 꽃은 봄에 피고 열매도 5~6월에 익으니 열매는 벌써 떨어지고 없다. 그 열매는 단풍나무 열매와 비슷하게 날개를 달고 있다. 단풍나무가 씨앗에 길쭉한 날개가 달렸다면 느릅나무 종류는 씨앗 주변을 둥글게 싸는 날개가 있다. 씨앗이 날개를 달고 있으니 바람만 불어준다면 멀리까지 퍼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물을 유인할 필요가 없는 이 나무는 유일하게 사람의 손을 많이 탄다. 느릅나무는 염증에 좋은 약이어서 위장병, 장염, 기관지염, 비염에 쓰인다. 미세먼지가 많아 기관지염이나 비염이 골치인 요즘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피부염에도 효과가 있어 아토피에도 쓰인다고 한다. 예전에는 소의 코뚜레를 만들기도 했는데, 나무가 잘 휘고 부러지지 않는 것도 쓰임의 이유이지만 더 큰 이유는 소의 코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가구나 배를 만드는 목재로도 사용했으니 평범하지만 쓰이는 곳이 많은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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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1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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