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동백을 보면 생각나는 ‘노각나무’
크리스마스이브, 필자의 집에 하얀 동백꽃이 피었다. 동그랗고 봉긋하던 꽃눈이 어느새 가지사이에서 꽃을 피웠다. 하얀 눈과 함께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남쪽으로 달려가 붉은 색의 동백꽃도 보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긴다. 눈이 녹기 전 숲속에선 복수초도 볼 수 있으니 우리나라도 사계절 꽃이 피는 곳이 맞다. 동백나무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노각나무이다. 꽃이 하얀색인 꼭 우리 집 동백나무 같다. 예전에 살던 마을 가로수가 노각나무였는데, 필자에겐 추억의 나무이기도 하다. 키가 큰 나무에 생각보다 큰 꽃이 가지마다 풍성하게 달리니 보기에도 좋다. 가을엔 주황색으로 단풍이 드는데 그것도 참 멋있다. 겨울엔 아쉬운 데로 줄기의 얼룩덜룩한 무늬를 감상할 수 있다. 생장이 더디고 씨앗을 키워내기 힘들기 때문에 심어 기르기를 기피한다고 하지만 용인에선 가로수로 많이 심은 듯하다.
노각나무 서식지는 동백나무나 차나무와 비슷하게 우리나라 남부지역이다. 남쪽이 고향임에도 추운 경기도에서 매년 풍성한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노각나무는 추위를 잘 견디는 식물이다. 꽃이 질 때는 암술을 뺀 나머지 부분이 한꺼번에 떨어진다. 통꽃이 지는 것이 특징인데, 떨어진 꽃도 밟기 아깝다. 떨어진 꽃을 주워 한동안 집에 두고 보기도 하고, 아이 자전거 바구니에 한 무더기 싣고 다니기도 했었다. 통꽃은 꽃잎이 서로 붙어있는 것, 갈래꽃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나팔꽃은 통꽃, 벚나무 꽃은 눈처럼 한 장씩 떨어지니 갈래꽃이다. 물론 우리가 볼 때 갈래꽃 같아 보여도 통꽃인 것들도 있다.
통꽃이냐, 갈래꽃이냐는 식물을 나눌 때 꽤 중요한 키워드이다. 분류를 할 때 가장 큰 특징으로 씨앗이 자방에 싸여 있느냐, 드러나 있느냐이다. 자방에 싸여있는 식물들은 떡잎이 한 장인 것과 두 장인 것으로 나눈다. 그 다음에 통꽃인지 갈래꽃인지로 구분한다. 많은 학자들은 갈래꽃이 통꽃으로 진화했다는 가설을 가지고 있었다. 갈래꽃보다 통꽃이 곤충들이 오래 머물면서 수분을 시키기 유리한 구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벌들이 이 꽃에서 바로 옆 꽃으로, 또 옆 꽃으로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흠뻑 묻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벌들은 그냥 ‘갈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모든 꽃들에게 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게 된다.
노각나무 꽃은 수술도 참 풍성하다. 식물을 설명해 놓은 도감에 ‘여러 개의 수술로 이루어진….’ 이라는 설명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5개의 수술이라니. 이렇게 풍성한 수술이 5개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랫부분이 크게 5개의 무리로 돼있다. 5개의 수술이 위에서 여러 개로 갈라진 모양인 것이다. 꽃잎이 5장이니 그렇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동백나무는 수술이 여러 개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꽃은 비슷해도 참 많이 다르다. 갑자기 노각나무 씨가 보고 싶어진다. 가지에 꽃처럼 달려있는 열매는 많이 봤지만 그것을 따서 열어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어떤 모양의 씨가 나올까?
전에는 카메라로 식물을 찍을 때, 식물만 찍었다. 그런데 요즘은 파리라도 앉아있어야 사진을 찍는다. 식물을 재미있게 보는 눈이 생기는 것일까? 무엇을 보더라도 시선의 차이가 큰 가치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식물을 보면서 삶의 내공이 쌓이길 바라본다.
* 본 게시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2018년 1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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