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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 Life

신나무도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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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신나무도 마시자

5월 신나무 열매

겨울 숲은 열매박물관 같다. 지난 가을 이 숲에서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상상하느라 바쁜, 그런 계절이 겨울이다. 겨울 숲은 열매들로 가득 차 있다. 필자가 겨울 숲에서 찍은 사진들은 거의 하늘에 걸린 높은 나무 줄기, 작은 나무의 껍질, 겨울눈, 열매 사진들이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 찍는 거냐며 물어보기도 하는데, 허허벌판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뭔가가 있는지 궁금한 말투이다. 그런 분들에게 이번엔 신나무를 소개하고 싶다.

신나무 열매도 겨울 숲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신나무는 나무들 중에 키가 작은 나무이다. 잔가지가 많고 둥근 모양으로 자라는데, 숲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열매인데, 열매가 사계절 붙어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게다가 겨울에 볼 수 있는 열매치고는 꽤 탐스럽다. 먹음직스럽거나 색깔이 고와 탐스러운 것이 아니다. 열매들이 풍성하게 달린 모습이 탐스럽다.

사람들 눈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일지 모른다. 신나무도 단풍나무의 한 종류로 날개 달린 열매가 달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단풍나무는 작은 열매에 날개가 양옆으로 넓게 벌어져, 떨어질 때 천천히 돌며 멀리까지 날아가는 모습이다. 신나무 열매는 4cm정도로 단풍나무 무리 중 가장 큰 날개 열매일 것이다. 날개도 넓게 벌어지지 않고 서로 닿을 듯 가깝다. 그래서 다른 단풍나무 열매들처럼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엄마 신나무 주변에 머문다. 실제로 신나무가 있는 곳에는 여러 신나무들이 함께 산다. 조금씩 영역을 넓히면서 점점 더 큰 신나무마을을 만드는 것이 신나무가 사는 방법인가 보다.

겨울의 신나무 열매 모습

경칩 즈음은 단풍나무의 한 종류인 고로쇠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이다. 나무들은 그때에 겨울동안 몸에 부족했던 물을 땅에서 빨아올린다. 이른 봄, 아이들과 숲에 가서 청진기로 나무가 물을 올리는 소리를 듣곤 한다. 잘못 들은 것인가, 꼭 사람의 심장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그럴 때면 나무의 비밀을 알아버린 것 같아 아이들도 필자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수액하면 고로쇠나무 수액이었는데 이제 그 판이 역전될 것 같다. 2017년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신나무가 고로쇠나무와 비교했을 때 하루 생산량이 4.1L로 고로쇠의 2L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칼륨 함량도 두 배 이상이고 나트륨 함량은 10분의1 수준이다. 이렇게 확연한 차이가 나는데 신나무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던 이유는 고로쇠나무의 당도가 더 높아서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술을 잘 못 마시고, 탄산음료도 잘 마시지 않아서 탄산수를 즐긴다. 그런데 탄산수에 자몽, 라임향 대신 우리나라 고로쇠나 신나무 향을 첨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지내왔던 것들이 있다. 당연한 것은 편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더 효과적이고 좋을 때가 있다. 새로운 것을 찾아 계속 식물을 연구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고, 고맙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이경태 박사는 “신나무 수액은 채취 시기가 따로 알려진 바 없이 산새들이 나무에 구멍을 내어 흘러나오는 수액을 먹을 때에 맞춰 채취한다”고 했다. 산새들도 차갑게 흐르는 계곡물보다 나무의 따뜻한 수액이 더 좋을 것이다. 게다가 여러 미네랄까지 챙길 수 있다면 일석이조이다. 그런 물을 사계절 조금씩이라도 챙겨먹을 수 있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가벼운 숲행까지 더하면 인생 3막이 더 행복할 것 같다.

* 본 게시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2018년 2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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