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똘배라 부르는 ‘콩배나무’
삼짇날을 맞이해 진달래꽃을 따러 뒷산에 올랐다. 그늘진 사면에서 진달래꽃을 따고 능선으로 올라서자 익숙한 나무에 꽃이 피어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에 함께 핀 꽃들이 소복하니 보기에 참 좋다. 이름도 귀여운 콩배나무다. 배나무도 몇 가지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과일나무인 배나무, 산에 사는 돌배나무, 콩배나무 등이다. 배나무 종류는 모두 4월에 하얀색 꽃이 핀다. 이름에 배나무가 들어가는 팥배나무와 아그배나무도 배나무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각각 마가목속과 사과나무속에 속한다.
다른 종류의 배나무들과 같이 콩배나무도 잎과 열매가 배나무와 똑 닮았다. 그래서 배나무 대목으로 쓴다. 배나무와 비교했을 때, 꽃도 작고 잎도 작고 열매도 작은 나무, 그래서 이름이 콩배나무이다. 열매가 정말 큰 콩알만 하다. 꽃이 피는 시기이지만 작년 열매가 아직도 많이 붙어있다. 잎자루가 길고 끝에 작고 까만 열매가 달려 있다면 콩배나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열매를 봐도 배 열매만의 특유한 거칠거칠한 느낌이 있다. 이런 거친 느낌을 나게 하는 석세포는 식이섬유가 쌓인 것으로 소화에 도움을 준다. 콩배나무 열매는 ‘똘배’라고도 부르며, 먹을 수 있다. 단단하고 맛은 보장할 수는 없지만 숲을 산책할 때 자연이 주는 간식이라 생각하고 한두 알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뒷산 숲에는 1m가 안 되는 작은 나무부터 3m에 이르는 나무까지 여러 그루가 엄마나무를 중심으로 많이 퍼져 자란다. 콩배나무는 키가 5m 정도 크는 키가 작은 나무이다. 하지만 좋은 환경에서 10m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만큼 새들이 열매를 잘 먹고, 씨를 떨어트리면 싹도 잘 나 번식을 잘 하는 나무이다.
키가 큰 산벗나무의 흰 꽃이 지고 나니 사람들 눈높이와 비슷하게 콩배나무 꽃이 그 자리를 메워준다. 잘 들여다보면 하얀 꽃잎 안쪽에 붉은 색 수술이 보인다. 다른 꽃들과 다르게 하얀 꽃잎과 대비되는 짙은 붉은 색 수술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연둣빛 노란 암술이 보이는데, 2개다. 암술머리가 두 개로 갈라진 것이다. 꽃에서 암술머리는 꽃가루를 받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끈적거리거나 두드러지게 크거나 솟아 올라있거나 표면적을 넓게 하는 등 꽃가루가 많이 묻을 수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다른 종류의 꽃에서 암술머리 5개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모양도 흔히 볼 수 있고 암술이 여러 개인 경우도 많다.
숲을 다니면서 꽃이 없는 식물을 구별할 때 줄기, 잎, 열매, 그리고 숲의 환경 등 모든 정보를 이용한다. 시기에 따라 잎과 열매는 나무에 붙어있기도 땅에 떨어져 있기도 한다. 열매는 오랫동안 그 식물 주변에 남아있기도 한다. 열매도 꽃만큼이나 식물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힌트이다. 꽃은 한때 피고 지지만 열매는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더 유용한 정보일 수도 있다. 콩배나무 열매를 먹어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가지고 놀기도 하면서 친하게 지내면 그 이름이 곧 익숙해질 것 같다. 아이들이 한글을 조금씩 알아가듯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알아가길 바란다. 회잎나물도 살짝, 다래순도 살짝, 청가시나무 순도 무쳐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알았으면 좋겠다.
* 본 게시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2018년 4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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