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게재 했던 글 입니다.
똑똑한 덩굴나무 ‘으름덩굴’
그렇게 흔할 것 같지 않은 모양의 덩굴이 바닥에 깔려있다. 5개의 잎이 동그랗게 모여 나는 모양이 열대지방에 있음직하다. 꼭 홍콩야자라는 식물의 잎과 비슷하다. 덩굴은 자기가 감고 올라갈 것을 찾지 못하면 바닥을 기며 퍼져 자란다. 그래서 스쳐보면 ‘왠 풀밭?’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5월에 이미 꽃이 피고 지금은 열매가 맺어있을 ‘으름덩굴’이다. 으름덩굴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덩굴식물이다. 덩굴도 종류가 다양하다. 풀이면서 덩굴인 것이 있고, 나무이면서 덩굴인데, 나무처럼 보이지 않고 가늘고 키가 작은 것이 있고, 칡이나 다래, 머루와 같이 줄기도 두껍고 높은 나무의 꼭대기까지도 올라가는 큰 덩굴이 있다. 으름덩굴은 세 번째 덩굴에 속한다.
덩굴은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그 식물의 특징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으름은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간다. 덩굴은 큰 나무를 만났을 때, 그 나무까지도 멋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큰 숲은 키가 큰 나무가 만들지만 울창하고 멋진 숲은 덩굴이 만드는 것 같다.
필자가 처음 으름덩굴 꽃을 봤을 때, 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참 곱다고 생각했다. 연약한 꽃줄기가 늘어지며 작은 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리는 모습은 숲속 요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한 자줏빛인 꽃은 암꽃과 그보다 좀 작은 수꽃이 한그루에 핀다. 전체적으로 보면 작은 수꽃이 암꽃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수분의 확률을 높이려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암꽃과 수꽃이 피는 시기는 조금 다른데, 이 또한 같은 나무에서 수분을 하는 자기꽃가루받이를 피하려는 것이다. 좋지 않은 씨앗을 많이 만들기보다 양은 적지만 좋은 유전자를 후손에 남기려는 식물들이 참 현명하다.
으름의 암꽃은 예민해서 꽃가루가 아닌 것도 꽃가루로 착각해 열매를 잘 맺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먼지를 꽃가루로 착각할 만큼 멍청한 암꽃이 있을까? 그런 꽃이라면 일찌감치 지구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자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으름의 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조각과 그 모양이 특이한 수술과 암술로 우리에게 꽃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숲을 많이 다니면서 꽃은 자주 봤지만 잘 익어 벌어진 먹음직스런 으름덩굴 열매는 아직도 본 적이 없다. 가끔 시골 장터에 나온 열매를 본다. 으름은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고 달리더라도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기 때문에 보기 힘들어지는 열매 중 하나이다. 개암나무도 주변에 많이 있어 열매를 몇 번 따 본적이 있는데, 으름은 열매가 훨씬 크다보니 좀처럼 필자에게까지 차례가 오지 않는가 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으로 여행을 계획해야 할까보다. 여러 개의 으름열매가 달린 덩굴을 발견하면 동물들에게 줄 대부분의 으름은 남겨두고, 딱 먹을 만큼만 따다가 가족들과 나누어 먹고 싶다.
우리 주변의 숲에서 땅을 기고 있는 으름덩굴을 발견하면 한번쯤 덩굴을 들어서 열매를 찾아보자. 운이 좋아 열매를 발견한다면, 그 위치를 알아두었다가 올 가을에도 먹고 내년에도 또 찾아가 보는, 1년에 한번 나만의 호사를 누리는 것도 좋겠다. 으름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용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 이른 봄에 잎은 나물로 먹고 줄기, 뿌리, 열매를 모두 약으로 쓴다. 봄에 수액도 받아 마신다고 하니 잘 자란 으름 한 뿌리, 인삼 열 뿌리 안 부럽겠다.
* 본 게시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2018년 6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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