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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 Life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는 떡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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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요즘은 숲에서 온전히 나무만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던 소나무나 노간주나무를 눈여겨볼 수 있고, 낙엽지고 난 나무의 높은 가지를 푸른 하늘에 놓고 천천히 즐길 수도 있다.
이런 겨울 숲에서 아직도 크고 누런 잎을 달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면 그건 반드시 떡갈나무이다. 여름 숲에서 가장 큰 잎을 달고 있는 나무도, 겨울 숲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도 떡갈나무이다.

잎이 보통 어른 얼굴 크기만 하다. 부채질하기에도 좋고 아이들과 가면놀이 하기에도 좋다. 예전에는 떡을 찔 때 밑에 깔았다고 하는데 털이 많아도 괜찮았나보다. 반짝반짝하고 단단한 청미래덩굴 잎에 떡을 싸서 찐 것이 망개떡인데 나뭇잎에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성분이 있어서란다.

잎이 마른 후에도 그것을 달고 있는 대표적인 나무는 단풍나무 종류이다. 단풍나무는 잎자루 안에 겨울눈이 숨어있다. 겨울눈을 보호하기 위해 잎이 늦게까지 달려있는 것이다. 떡갈나무도 잎 아랫부분이 겨울눈을 감싸고 살뜰하게 겨울눈을 챙긴다.

떡갈나무는 우리나라 숲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큰키나무이다. 잎자루가 없고 털이 많다. 식물의 어린잎에는 털이 흔하다. 바닷가 염생식물도 털이 많다. 떡갈나무 털은 어떤 의미일까?

크기는 크지만 잎의 숫자는 다른 나무에 비해 적으니 아마도 잎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떡갈나무 대대손손 내려오는 집안 내력쯤으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이다. 사철 푸른 이미지, 향긋한 냄새가 참 좋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가장 필요했던 나무는 떡갈나무를 포함한 참나무였을 것이다. 불을 피울 때도 소나무는 송진이 있어 처음에 타닥타닥 불이 잘 붙지만 오랫동안 불을 피우려면 결이 단단하고 촘촘한 참나무가 필요하다.

열매도 소나무는 솔방울이 달리지만 참나무는 속이 꽉 찬 도토리가 열린다. 우리나라에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가 있다. 그중 도토리는 상수리나무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떡갈나무가 많은 숲은 보기 힘들지만 상수리나무로 숲을 이룬 곳은 종종 볼 수 있다. 도토리를 얻기 위해 많이 심어놓은 것이다. 필자의 시어머니도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 매년 도토리묵을 만들어 주신다.

얼마 전 양재 꽃시장에 다녀왔다. 잘 정돈된 여러 하우스 안은 지금이 겨울인지 봄인지 착각할 만큼 푸르고 신선했다. “식물원에 가지 말고 입장료가 없는 이곳에 오는 것이 꽃도 많이 보고 더 좋겠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지나갔다.

필자도 겨울 끝자락에 활짝 핀 꽃을 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꽃이 피었다. 화분에 심어 놓고 보는 식물에도 유행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피트리, 킹벤자민, 행운목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단연 뱅갈고무나무와 떡갈고무나무가 인기다.

이름이 낯설지 않은 떡갈고무나무는 필자가 지금 얘기하는 떡갈나무와 상당히 비슷했다. 잎이 크고 잎자루가 없이 뭉툭하게 달리고 키가 많이 컸다. 스쳐보면 진짜 떡갈나무로 착각할만하다.

하우스를 한참 둘러보고 평소에 맘에 뒀던 동백나무 한 그루를 데려왔다. 집에 나무가 생기니 활기도 생기고 아이들도 좋아한다. 봄이 온 것 같다.

* 본 게시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2016년 3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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