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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 Life

‘조릿대’란 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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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예전에는 집안에 쌀 이는 조리가 서너 개씩 있었는데 요즘은 조리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다. 우리 집에도 조리 하나 없으니 내 아이들부터 조리가 무엇인지 모른다. 갑자기 어른으로서 할 일을 다 하지 않은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섣달 그믐날 한밤중부터 정월 초하룻날 아침 사이에 사서 걸어놓고 복을 빌었던 조리를 특히 ‘복조리’라고 하는데, 2016년 병신년에는 쌀 일듯이 모든 일이 잘 일어나라고 ‘복조리’를 집에 보기 좋게 걸어 둬야겠다.

조릿대는 조리를 만드는 작은키 대나무이다. 우리가 아는 담양의 굵고 쭉쭉 뻗는 대나무도 참 멋있고 대통밥도 맛있지만, 숲 속 아래층을 가득 메운 조릿대밭도 참으로 볼만하다.

대나무는 특성상 지하경(땅 속 줄기)으로 생장하기 때문에 한번 대나무가 자라면 다른 식물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빽빽한 숲을 이룬다. 대나무 숲에서 다른 식물을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대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서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조릿대는 그 분포면적이 좀 더 넓다. 용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와우정사에서 원삼면으로 넘어가는 곱든고개 문수봉에서도 마애불상을 둘러싸고 조릿대밭이 있다. 필자는 그곳이 참 인상적이었다.

계절마다 숲의 모습은 다르지만 조릿대가 있는 숲의 겨울풍경은 참으로 이색적이다. 게다가 문수봉에선 오래된 조상들의 손길을 함께 느낄 수 있으니 그곳에 가면 과거 조릿대밭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 참으로 묘하다.

겨울엔 소나무, 잣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들이 눈에 더 잘 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나무들이 겨울이 되어 낙엽이 진 나무들 사이에서 더 푸르게 보인다.

그래서 겨울은 또 겨울대로 숲을 찾게 된다. 앙상한 가지들이 수묵화처럼 서 있는 것도, 푸른 나무들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기세가 등등한 것도 겨울 숲의 매력이다. 겨울이 가기 전에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싸들고 숲으로 가봐야겠다.

대나무는 이름에서 “나, 나무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관심을 갖고 보면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그런데 왜 나무라고 불렀을까? 대나무는 그만큼 나무처럼 키가 크고 단단하며 숲을 이룰 만큼 무성하다.

조상님들은 사철 푸르른 그 모습을 무척이나 사모했다. 그래서 대나무는 풀이지만 나무로 살게 했을 것이다. 이름은 짓는 사람 마음이니까.

오래된 편백나무숲에는 곰이 산다고 했다. 대나무숲하면 판다가 생각난다. 우리나라도 대나무가 잘 자라는 환경을 가졌으니 아주 옛날에는 판다가 살았을 것 같다.

용인의 명소 중 하나인 에버랜드는 새해에 중국에서 들여오는 판다 한 쌍의 이름을 공모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래오래 잘 살 것을 생각해서 사람들이 예쁜 이름을 지어주면 좋겠다.

 

* 본 게시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2016년 1월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게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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