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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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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구겨버려, 구기자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이게 뭐였더라, 구면인 것 같은데….’ 식물을 공부하다보면 내가 실제로 본 식물인지 책에서 본 식물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구기자가 그런 식물이었다. 고향집 골목길에서 개망초와 강아지풀 사이에서 삐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꽃도 있고 열매도 달려있어 웬만하면 기억이 나야 하는데 답답하게 금방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얼마 뒤 가족과 한국민속촌에 갔다. 그곳에서 그 알 듯 말 듯했던 식물을 또 만났다. 전에는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자라서 덩굴 같았는데 이번엔 밑둥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모양의 키 작은 나무였다. 밭 가장자리와 길을 구분하는 용도로 심어 놓았는데 가시가 있고 줄기가 빽빽하니 산울타리로 쓰기에 좋아보였다. 이름표에 ‘구기자..
잎이 하얗고 빨갛게 변하는 다래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뒷산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언제나 푸르러질까?’ 했는데 숲은 어느새 울창해졌다. 소나무의 송홧가루가 봄꽃의 끝물을 알린다. 개구리들의 짝 찾는 소리로 숲은 밤도 바쁘다. 예전에는 숲과 밭이 어우러진 뒷산에 자주 오르내렸다. 여름엔 매주 바닷가에서 물놀이와 모래놀이를 했다. 그런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 필자는 지금도 자연과 함께하는 흥미진진한 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산과 들이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반반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산, 들, 강, 바다보다 식물원이나 동물원, 수족관 경험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자연과 함께 자라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가를 많은 아이들이 알았..
용인의 나무, 전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용인에 전나무가 많네, 눈여겨 볼만해.” 몇 년 전 아는 박사님이 필자에게 넌지시 건넨 말씀을 내내 마음에 두고 있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러 양지톨게이트를 향할 때에도 도로를 따라 심심치 않게 늠름한 전나무를 볼 수 있다. 그때마다 ‘이상하다. 높은 곳에 있어야할 것 같은데…’ 짧은 안목에 항상 의아했다. 알고 보니 용인의 시목이 전나무. 필자가 계속해서 전나무로 향하는 벡터를 발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진부의 월정사 전나무숲은 우리나라 ‘국민’ 전나무숲이다. 필자가 진부의 어느 식물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 웅장함과 청량감에 전나무숲길을 사계절 찾았었다. 실제로 전나무는 높은 산에 자라는 늘푸른큰키나무이다. 우리의 관심에서..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는 떡갈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요즘은 숲에서 온전히 나무만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던 소나무나 노간주나무를 눈여겨볼 수 있고, 낙엽지고 난 나무의 높은 가지를 푸른 하늘에 놓고 천천히 즐길 수도 있다. 이런 겨울 숲에서 아직도 크고 누런 잎을 달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면 그건 반드시 떡갈나무이다. 여름 숲에서 가장 큰 잎을 달고 있는 나무도, 겨울 숲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도 떡갈나무이다. 잎이 보통 어른 얼굴 크기만 하다. 부채질하기에도 좋고 아이들과 가면놀이 하기에도 좋다. 예전에는 떡을 찔 때 밑에 깔았다고 하는데 털이 많아도 괜찮았나보다. 반짝반짝하고 단단한 청미래덩굴 잎에 떡을 싸서 찐 것이 망개떡인데 나뭇잎에 방부제 역할..
우리나라 대표 과일나무, 대추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장마가 지기 전 한창 숲이 싱그러울 때이다. 뻐꾸기 소리가 오전 내내 뒷산을 울린다. 참새, 까치, 까마귀, 박새 등 새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개미, 거미, 노린재, 여러 나비종류들도 우리주변에 가득하다. 뭔가 꽉 찬 느낌이 든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장이 섰다. 여러 과일들이 풍성하다. 장마 전이라 맛이 정말 좋다며 상인들이 손짓을 한다. 과일을 보고 있자니 “봄에 잎이 가장 늦는 나무는 감나무란다.” 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런데 감나무만큼이나 늦게 잎이 나는 게 대추나무다. 다른 나무들은 벌써 잎이 다 피고 그늘을 만드는데 대추나무는 아직도 벌거숭이다. 그래서인가 벚나무, 아까시나무, 밤나무 꽃이 다 지고 나면 그제야 대추나무에 ..
‘조릿대’란 대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예전에는 집안에 쌀 이는 조리가 서너 개씩 있었는데 요즘은 조리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다. 우리 집에도 조리 하나 없으니 내 아이들부터 조리가 무엇인지 모른다. 갑자기 어른으로서 할 일을 다 하지 않은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섣달 그믐날 한밤중부터 정월 초하룻날 아침 사이에 사서 걸어놓고 복을 빌었던 조리를 특히 ‘복조리’라고 하는데, 2016년 병신년에는 쌀 일듯이 모든 일이 잘 일어나라고 ‘복조리’를 집에 보기 좋게 걸어 둬야겠다. 조릿대는 조리를 만드는 작은키 대나무이다. 우리가 아는 담양의 굵고 쭉쭉 뻗는 대나무도 참 멋있고 대통밥도 맛있지만, 숲 속 아래층을 가득 메운 조릿대밭도 참으로 볼만하다. 대나무는 특성상 지하경(땅 ..
고향집 감나무와 고욤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감 많이 먹으면 똥 안 나온다, 조금만 먹어라~”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항상 하신 말씀이다. 젊어서부터 틀니를 하셨던 할머니는 가을이면 잘 익은 홍시를 후루룩 잘 드셨다. 필자의 고향인 강원도 동해 삼척엔 감나무가 참 많았다. 담장 안에 감나무 한그루 없는 집이 없었다. 이층집도 드물던 그 시절엔 집보다 높던 감나무가 엄청 크게 느껴졌다. 감나무 가지는 잘 부러지기 때문에 절대로 나무 위에 올라가 감을 따지 않는다. ‘감나무에서 떨어져 곱추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동네 살던 곱추 아줌마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감은 끝을 둘로 나눠 만든 대나무장대로 딴다. 그 장대의 길이는 짧게는 2m, 긴 것은 5m나 됐다. 매년 가을이면 감을..
바다를 닮은 순비기나무 * 본 게시글은 필자가 작성하여 용인시민신문에 기고 했던 글 입니다. 올해도 여름이 무척이나 더웠다. 영동고속도로는 주말마다 더위를 피해 떠나는 차량들로 꽉 막혔고 주변에 물놀이장이란 물놀이장은 사람들 구경하기에 바빴다. 시원한 바다에 가서 파도타기며 모래놀이를 즐기다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그렇게 바쁜 중에도 필자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짬짬이 모래땅에 뿌리박고 사는 식물들을 찾아본다. 놀러가서도 땅만 보며 다니니 아이들이나 신랑이 뭐라 생각할지. 동해안에선 매년 모래사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현상 때문에 모래를 다른 지역에서 가져와야 하는 참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 강원도 내의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곳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에게는 살아갈 곳이 사라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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